4. 악법도 법이냐?

칼럼 링크: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view.html?cateid=1052&newsid=20090315202407131&p=segye

* 자끄 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

아테네의 참주정의 비민주성에 대해 비판하고 젊은이들에게 이성, 진리와 보편적인 도덕율을 추구하라고 종용했던 소크라테스는 결국 정권에 의해 사형 언도를 받는다. 제자들은 소크라테스를 구출하고자 하였으나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는 말을 남기고 독배를 마셨다는 말이 있다. 그의 이 말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가 실행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장치 중의 하나인 준법에 대한 강조의 사례로서 오랜 기간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신 것은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질 민주정치의 미래를 위한 선례로서 독배를 든 것이지 그 스스로가 아테네 참주정의 법에 굴종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일본인 학자 (오다카 도오모)가 "악법도 법이다"는 말과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연관지으면서 소크라테스가 이 말을 한 것처럼 알려지게 되었고 이 사람에게 배운 많은 한국인 학자들 역시 그런 것처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 생산된 엉터리 지식은 국내, 국외에서 수많은 권력자, 지식인들에게 악법을 강요하는 하나의 빌미로서 이용되었다. (주 1, 2)

준법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법전에 적혀 있는 법을 맹목적으로 준수하기만 하는 것이 준법인가? 이렇게 해석한다면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편하겠지만 정말 이렇다면 이는 법이라는 하나의 고정된 신화(myth)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칼 포퍼 식으로 말한다면 닫힌 사회에 다름 아닐 것이다. 잘못된 법은 준수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 하에 고쳐져야 하는 것이다. 이는 J. 롤즈 (John Rawls)가 말했던 준법의 근거로서의 정의로움, 그리고 이에 어긋나는 법률에 대한 비폭력적인 시민불복종에 합당하며, 멀리로는 맹자가 말했던 부덕한 군주의 축출론과도 상통한다.

* 촛불 시위 in starcraft.

위에 제시했던 칼럼의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저자는 우선 개인의 경험을 통해 한국의 정치와 시위 행태에 대해 조롱하는 외국 사람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지금 우리가 "나라 망신 시키는 중"이라는 경각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후 현재 사법부와 입법부, 경찰에 대한 잇단 저지와 테러 사례를 제시하며 현재 공권력이 실추당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고, 공권력이 당당히 서는 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 글은 현재 권좌에 앉아 있는 많은 지식인들이 어지러운 현실을 개탄하면서 수없이 작성했던 칼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 인식은 어떠한가? 어떤 국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자신들이 뽑아 놓은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전투에 여념이 없을 뿐, 정작 자신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뿐이랴, 그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기성 권력은 현재 도덕성과 정당성에 대해 상당 부분 공격받고 있는 중이다. 촛불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 국영방송 장악과 미디어법 발의를 통한 언론 장악, 동족방뇨식의 주먹구구식 실업 지원책 등은 상당수 국민들에게 그 정당성을 의심받고 있으며, 강경 진압 책임자들에 대한 검찰의 눈가리고 아웅 식의 면죄부 부여는 그 도덕성마저 실추시키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국민들이 기성 권력에 대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국민들의 인식에 의한다면 기성 권력을 유지하는 법은 수정의 대상으로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국민들의 이런 인식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기저에 깔고 있으며, 일부 과격론자들의 행동을 통한 반감의 표출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면에서 잘못되었을 수 있으며, 이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인식과 행동의 원인이 된 기성 권력의 약점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는 피할 수 없으며 그 논의에 대한 정책적 반영이 앞으로의 수많은 시위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성 권력은 단순히 과격론자들을 클로즈업 하여 그들이 만든 옳지 않은 현실을 가리는 희생양으로서 이용하고 있을 뿐, 그들에 대한 모든 비판에 대해서 단순히 귀를 막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일본인 학자가 잘못된 의도에서 명언을 갖다붙인 것은 아닐 것이다. 법을 준수하는 것은 민주 국가의 사회 구조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골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악법을 맹목적으로 준수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며, 또한 악법에 대한 저항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한 일본인 학자의 갖다 붙인 말에서 유래한 맹목적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한 정체 불명의 명언에 너무도 많이 속고 있다.


주 1. 권창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출판부, 2005
주 2. 한 경찰은 촛불 시위에 대해 "악법도 법이다"는 언급을 했다 한다. 하지만 악법의 여부는 국민과 입법부가 결정하는 것이지 행정부에 속하는 경찰이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뿐만 아니라 악법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 역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by 꼬마키릴 | 2009/03/15 23:54 | 본격 병맛 한국 비평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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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글로거 at 2009/03/16 00:31
주 1 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없더군요. 학교에서 그렇게 주장햇다가 다수에게 썰려나갓지요. (거짓말하지말라고 ...)
Commented by 글로거 at 2009/03/16 00:34
뭐랄까요. '악법도 법이다.' 라는것이 우리사회에 너무 깊숙한곳에 내재되어잇어서 그런지. 촛불집회의 경우 폭력적이고 불법이라고 맊 까던데, 이럴땐 동학농민운동 떡밥만 던저줘도 알아서 자멸..하더군요.
Commented by 꼬마키릴 at 2009/03/16 19:33
폭력이 옳지 않다는 인식은 상당히 널리 퍼져 있죠...그들 중 상당수는 보수언론이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만...하지만 이런 인식은 다분히 폭력적이었던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과 상충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떡밥이 들어가면 대중은 대개 양분되기 마련이죠. ^^
Commented by 개미먹이 at 2009/03/16 00:49
문제는 법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서 그것을 회복시킬만한 능력의 정치 집단도 없거니와 그럴 만한 의지의 집단 또한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준법정신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말이죠...

참고로 소크라테스의 자살 소동(?)은 아테네의 민주주의의 실상, 즉 대중의 무지에 의한 정치의 폐혜를 비꼬기 위함이란 얘기도 들었습니다 :)
Commented by 꼬마키릴 at 2009/03/16 19:34
그렇죠...우리나라의 기존 정치집단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하지만 아직 대안은 보이지 않는군요...그런 면에서 한국사회는 암울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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